즐거움을 원한다면 현재에 ‘몰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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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원한다면 현재에 ‘몰입’해라

이탈리아 남부 베노사(Venosa)에 있는 호라티우스의 동상
[뉴스와이] 로마의 시인, 퀸투스 호라티우스 플라쿠스(Quintus Horatius Flaccus)의 “carpe diem(카르페 디엠:인생을 즐겨라)”

노자의 “安居樂業(안거낙업:편하게 살면서 즐거이 일함)”

공자의 “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자왈,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성공한 사람들이 즐기라고 말해주는 것을 ‘위선’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성공을 ‘성취’로만 한정 짓더라도 워렌 버핏,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뉴턴, 아인슈타인 등 수많은 성취의 정상들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일을 즐긴다고 말했다. 워렌 버핏은 “성공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들의 말을 기억하고 좌우명 또는 우상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말이 위선이 아닌 성공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양의 철학을 찾아보면 우리 선조들은 이미 인간 심신에 좋은 일이란 ‘시작하기는 힘들지만 하다 보면 즐거운 것’이라고 남겼다. 우리의 의식은 평소 잡다한 생각으로 무질서하게 흐트러져 있으나 무엇에 ‘몰입’하는 순간 여러 의식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심리학 박사 칙센트 미하이의 ‘몰입 이론’에 따르면 우리 뇌는 뭔가에 ‘몰입’할 때 도파민을 많이 분출해내는 강렬한 경험을 한다고 한다. 편도체의 신경 활성도가 줄면서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시간 감각이 둔해지면서 1시간이 1분처럼 느껴지게 된다. 흔히들 ‘몰아일체’, ‘무아지경’, 미적 황홀경이라 표현되는 이 경험은 별다른 이견 없이 단 하나의 감정으로만 묘사된다. 바로 ‘즐거움’이다.

긍정심리학자인 칙센트 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자신의 저서 ‘몰입의 즐거움’에서 ‘몰입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단언한다. 스키를 타거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종종 느끼게 되는 그 경험, 미래에 대한 걱정도 과거에 대한 후회도 내팽개친 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넋을 놓아버리는 그 경험이 바로 ‘몰입’인 것이다. 칙센트 미하이의 연구를 살펴보면 일반인이 가장 많이 ‘몰입 상태에 빠지는’ 시간은 ‘놀 때’가 아니라, ‘일할 때(혹은 공부)’였다고 한다. ‘일’이란 명확한 목표와 규칙이 있고, 그에 따른 성과도 낼 수 있으며, 성과를 내면 확실한 보상도 뒤따른다. 우리 삶에 이렇게 몰입하기 쉬운 구조를 갖춘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일하기 싫은 이유가 뭘까?
칙센트 미하이는 대표적인 이유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직장생활 속의 인간관계이며 두 번째는 일을 부정적으로 여겨서라고 한다. 미하이는 몰입의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가 ‘주관적 해석(무슨 일을 하는가 보다는 자기가 하는 일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중요하다.)’에 있다고 봤다.

인간은 스스로 일이 힘들다고 느낄수록 자존감이 저하되고, 성급해지고, 무력해지고, 우울, 불안, 두통과 피로를 느끼며 직무 성과도 크게 하락한다고 한다. 또한, 직무 불만족도가 늘어나고 타인을 부정적으로 대하게 되며 우울증과 심한 피로감이 생긴다고 한다. 심리학자 앨버트 앨리스는 이러한 감정소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비합리적인 신념’이라 말한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기준이 높을수록 만성 스트레스, 극단적인 자기비판, 우울증과 불안장애, 강박장애 등을 앓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 인간의 한계
세상 그 어떤 인간도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현재의 행복을 저당잡고 유보하며 스스로를 옥죄고 착취하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없다. 인간은 그렇게 강하지 않기 때문에 정신을 한계 이상으로 몰아붙이는 이런 상황은 몇 년 정도야 견뎌낼지 몰라도 인생 전반에 지속된다면 필연적으로 신경증을 얻게 되고 일탈을 원하게 되며 주변인들을 잃게 해 행복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수십 년 전의 운동계가 그랬듯 강제된 합숙, 억압적인 위계질서, 빡빡한 스케줄과 지독한 훈련, 성취에 대한 야망, 기대에 대한 압박이 사람을 강제로 움직이게 했던 것처럼 괴로움의 연속 속에서도 성취를 이뤄낼 수도 있다.

돈과 명예가 생기면 지금보다 행복해지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가 과연 정답이었을까? 성취한 삶이 과연 성공한 삶일까? 같은 기본적인 질문은 접어두더라도 우리 노력만으로 거부할 수 없는 ‘운’이라는 것이 잘 따라줘서 그나마 성취라도 이룰 수 있게 됐다면 차라리 다행이겠지만 만일 그 성취조차 이뤄내지 못한다면 인간은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의 절망감을 겪게 될 것이다.

모든 인간이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 스스로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바로 확답을 내릴 수 있는, 또는 행복하다고 바로 말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힘들던 시절 꿈꾸던 행복한 미래를 지금이라고 한다면 그때 생각했던 그림과 현재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수많은 압박감에 짓눌려 몰입이 즐겁다는 사실을 돌아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생이 진짜 행복하기를, 안정적이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은 바로 ‘몰입은 즐겁다’를 인정하는 것이다.

‘일을 즐겨라’라는 말은 시끄러운 모닝 알람, 상사의 잔소리, 지지부진한 성과, 강제된 야근과 회식까지 사랑하라는 비현실적인 희망 고문이 아니다. 정말로 순수하게 일이 주는 즐거움을 인지해 보라는 위대한 조언인 것이다.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Seligmann Fromm)이 ‘고통스러운 훈련만이 좋은 훈련이라고 생각하는 건 불행’이라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억지로 긍정을 불어넣는 자기 최면을 걸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순수하게 본인의 일을 돌아보고 지금 여기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란 것이다. 만일 그 과정에서 즐거움이 조금도 없었다면 새로운 길을, 즐거울 길을 찾는 것이 맞다. 그러나 분명 대다수는 일에 몰입한 자신을 한번쯤은 발견해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몰입의 즐거움을 순순히 인정하는 일뿐이다.

현재 즐거움을 위선이라 생각하는 이들 또는 일상에 회의감에 빠진 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조언은 2000년 전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남긴 구절이라 생각한다. 오늘의 행복도 내일의 오늘도 놓치지 않는 현실적인 메시지 카르페 디엠!
뉴스와이 newsy22@naver.com